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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 :: 2008/01/17 07:02

이와이 슈운지 감독은 스스로도 영화감독보다는 '영상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4월 이야기]는 내가 본 어떤 영화보다도 시적이다. 간략하고, 아름다우며, 오버하지 않는다. 이런 '여백의 미'가 숨쉬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인데, [4월 이야기]의 시적인 느낌 역시 그런 여백의 미가 물씬 풍겨져나온다. 화면도, 소리도, '필요하지 않은 건, 하나도 없구나(철저히 배제했구나)'라는 느낌. 그 시선이 기분좋지만서도, 인터뷰 기사에 비춰지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눈빛을 보고있자니 문득 섬찟한 느낌이 든다. 무서우리만치 순수하달까.
마츠 타카코라는 배우는 매력도 있지만 참 여러모로 성숙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알고는 깜짝 놀랐다. [4월 이야기]를 찍을 무렵의 그녀는 20세 남짓했는데, 어찌 보면 배역에 맞는 캐스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초반에는 그녀가 짓는 표정 탓에 김민선 생각도 많이 났건만, 후반의 그녀는 그 느낌에서 빠져나오며 비로소 그녀만의 매력을 활짝, 하지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꽃피운다. 아름다운 작품과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과연 한 영화평론가의 '스크린 속 나의 연인'으로 꼽힐만하다. 성숙함과 풋풋함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단, 너무 어릴 때 완숙이 되고 굳어져서 더이상 커지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도 문득 든다)
극 초반에 비춰지는 니레노 우즈키의 일견 짜증스러워보이는 모습은 스토리가 나아가며 설득력을 갖는다. 초반에는 그저 '씩씩하면서도 어리숙한'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머리 속 '생각'이, 나중에는 '그래, 그렇게 순진무구하니까 이렇게 할 수 있었지'라는 확실한 '느낌'으로 들어온다. 야마자키 역의 타나베 세이이치는 '그놈 참~ 말끔하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고, 초반의 '불편함'을 강조하기 위해 쓴 사노 사에코, 옆집 아가씨(?) 등의 생김새나 표정은, 거 참...^^ (아, 하지만 후반부의 교수(?) 얼굴은 참 신비하게 해맑았다.) [4월 이야기] 역시 일본 특유의 '단절된 문화'가 보여진다. 그것이 더욱 심해지는 도시에서는 영화 초중반의 불편한 느낌을 강조하고... 영화가 갖는 '여백' 혹은 '거리감'이라는 것 역시 여기에도 적용되지 않나 싶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 같이.
빛이야 언제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작품에서 돋보이지만, 이번은 색감이 물에 젖은 듯 해서 유달리 더 돋보였다. 폭우 장면들은 빗방울이 너무 오버스럽게 날려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고...
불편한 현재에서 벗어나 니레노 우즈키의 '안정영역(comfort zone)'에서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고교시절 시퀀스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헝가리 무곡 제5번'곡의 존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대표하는 곡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지만 (되려 가장 이질적이라서 튀기는 한다), 순수함이란 기품을 잃지 않은 고교시절의 소박한 활기와 격렬함이 전부 그 연주에 담겨있는 느낌이다.
4月의 피아노 | 헝가리 무곡 제5번
움직임이 아닌, 영상과 소리의 혼합이라는 점이 좋아서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내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은 이와이 슈운지나 신카이 마코토의 그것과 맞닿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작품이다. 따로 캡쳐샷을 올리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지만, 워낙에 영화가 짧다보니(67분) 감상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는게 맞겠다 싶다.
평가: A
잡지식들:
1) 중간에 나오는 흑백영화는 [4월 이야기]를 위해 만든 거라고.
2) [4월 이야기]는 진짜 4월에 찍은 영화라고 한다.(...)
3) 사운드트랙의 피아노 연주는 마츠 타카코 본인이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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