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3'에 해당되는 글 1건

굿'바이 - 한겨울의 온기처럼 :: 2008/11/03 01:50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가시던 모습을 기억한다.

죽음을 대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무덤덤해져서일까, 생각했던 것보다는 경건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더랬다.

[굿'바이]는 우연히 납관사(장의사가 아니다)가 된 남자의 이야기다. 새로운 세계여서일까 그 도입은 마치 만화처럼 우연이 겹치고 (초반의 연기나 분위기는 그야말로 만화적인 느낌이 짙다), 문외한인 주인공 다이고를 통해 우리는 죽음을 보내는 세계를 하나하나 배워가게 된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일반 대중영화를 혼자서 본게 얼마만인지 - 어쩌면 처음인지도 -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적막감, 고요함이다. 이 영화는 극성을 떨지도, 너무 폼을 잡지도 않고 영화 내내 그 분위기를 담아내는데, 그 '공기'가 너무 좋았다.

영화를 지배하는 색상 역시 (죽음의 느낌에 어울리는) 나무색이 주를 이루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창백한 색상이나 흐릿한 안개가 화면을 메운다. 소리 역시 인상적인데, 언급했듯이 고요하고 적막하며, 또 그런 만큼 영화의 소리는 하나하나 그 숨결이 피부에 와닿는듯이 느껴진다. 음악을 제일 깊이 감상할 수 있는 때가 주변이 가장 고요한 때인 것 처럼. 실제로 이 영화에는 스피커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보이기엔 상당한 명품기기들로 보여진다.

거기에 실제로 목조건물이나 자연 등, 아날로그감이 풍성한 정갈한 시골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이 영화는 온도감을 갖는다. 추운 겨울에 더욱 더 간절히 느껴지는 따스함. 그런 느낌을 이 영화는 잘 살리고 있다.

이 영화의 약점은 두가지 정도로 생각되는데 하나는 배우들의 연기(혹은 한일간의 정서차이)이고, 또 하나는 후반 구성이다.

우선 배우들의 연기. 주인공 커플인 모토키 마사히로와 히로스에 료코는 갈수록 차분히 작품에 달라붙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초반의 만화틱한 연출에서는 아무래도 느낌이 살지 않는다. 히로스에 료코 같은 경우 지금까지 오랜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아직도 자기 자리가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존재감은 큰데 분위기는 이질적이랄까?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하지만, 정서탓인지 연출 탓인지 연기력 탓인지, 어딘가 이질감을 지울 수가 없다. 그 모든 걸 초월하는 전달력을 보여주는 두 사람은 사장님 역할의 야마자키 츠토무와, 초중반 늦었다고 화를 내는 상주 분 정도.

배우들의 경우 두 명이 재미있었는데, NK에이젠시의 비서는 완전히 대여섯살 나이를 더 먹은 김혜수다! 정말 닮았으니 직접 확인하시길. 또 하나는 도중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연지를 가져다주는 여자아이인데, 아무리 봐도 띄우려는 티가 팍 난다. 근데 어디서 꼭 본것 같은 기분이...?

또 하나의 -결정적인- 약점인 후반구성의 경우, 스토리적으로 비중이 큰 (그리고 상당히 예측가능한) 죽음이 두 번 연달아 찾아오면서 발생한다. 하나를 조금 앞서 설치하고, 마지막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 숨을 돌리고 정리하는 것이 아무래도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스토리는 어쩔 수 없이 신파조가 끼어들고, 거듭된 죽음으로 인해 감성이 약간은 느슨해진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반복적인 연출이나 어중간한(적당한?) 구도, 효과에서의 이상한 버벅(?)거림 (돌이 떨어지는 장면이나 마지막 페이드에서의 엇박 등), 도중에 납관식에서 주인공과 사장의 투샷이 비춰지다가 바로 거의 비슷한 앵글의 화면으로 컷해버리는 순간, 수많은 죽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살짝 부족한 균형감각 (첼로연주신과 합쳐진 시퀀스 자체도...) 등, 개인적으로는 감독이 조금 투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적인 치킨파티 씬 역시도 영화의 나머지 부분과 상당히 따로논다는 느낌이 강하다. 첫 출장 후 아내의 몸에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부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나 이 부분 역시 어딘가 돌출된 느낌이다. 이 두 부분은 좀 더 예술영화적인 느낌이 강한데, 가장 영화적으로(?) 강렬하지만 나머지 전체와 잘 융화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굉장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도 너무 치우치지 않고 - 비록 역으로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제한되는 느낌이지만 - 무난하면서도 일관된 논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머리보다 감성, 감성보단 몸으로 그 현장 - 영원한 '굿'과 '바이' 사이의 간극 - 에 머물게 해 주는 힘을 갖고 있다. 영화 자체만큼이나 시장에서의 포지셔닝도 애매한 듯 하지만, 분명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평점: B+

p.s. 목욕탕집 부부의 사이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재혼? 늦깎이 연인?
p.s.2 나는 분명히 이 영화를 상당히 괜찮게 봤는데, 왜이리 혹평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거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8/11/03 01:50 2008/11/03 01:50
Trackback Address :: http://novaj5.net/tt/trackback/865
  • zionick | 2008/11/03 11: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ps2/형이 다 애정이 있어서 그런 듯
    여튼 이거랑 비몽이랑 볼 예정인데 혼자 볼 듯...........아악 어제 바디 오브 라이즈도 혼자 봤는데!

    • 노바 | 2008/11/03 17:22 | PERMALINK | EDIT/DEL

      가능성이 컸던만큼 아쉬움이 큰가봐.
      바디 오브 라이즈 재밌디? 'ㅅ'

    • zionick | 2008/11/04 00:38 | PERMALINK | EDIT/DEL

      내 관점에선 즐겁게 봤음
      뭐 당연히 연애요소가 낀 것은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고 미중년 만세임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