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 Director's Cut :: 2008/01/0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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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우연히 듣고서는 영화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보고 나서 방을 나오면서 중얼거렸지요.

"무시무시한걸 봤어..."

아마 처음 본 마약영화 아닐까 합니다만, [레퀴엠]의 포커스는 비단 마약이 아니라 광범위한 '중독'에 있습니다. 인과관계나 책임같은 것을 물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오히려 묵시록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달까요. 감독인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이야기하는 '주관적 현실'이 이런 뜻일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에게 있어서 현실이란 것은 사실 언제나 주관적인 것입니다. '자신'이 겪는 것이 가장 확실한 현실이니까요. [레퀴엠]은 그 현상을 너무나 잘 경험시켜줍니다. 그래서 영화는 항상 극단적이리만치 주관적이지만 그만큼 우리가 직접 '느끼게' 해 줍니다. 너무 주관적이어서 객관적인 현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속이 안좋아서 화장실을 가고, 자는 동안에도 리뷰를 계속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컸습니다.

중독이란 것은 차분할 수 없다는 것이고 안정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중독된) 그 순간 속에서는 영원히 안주하고 싶은 그런 것이죠. 이 영화는 온몸으로 그것을 체험시켜줍니다. 카메라는 항상 흔들리고 바짝 들이대며, 편집과 이동은 신경질적이고 불안정하지만 가끔씩은 묘하게 리드믹합니다. 그러면서도 몽환적일 때에는 한없이 몽환적이지요. 신경불안과 몽환을 왔다갔다한달까요 (이런 극단적인 경향은 딱히 '조연'이라는 비중에 걸맞는 역할이 없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 둘 사이의 경계이자 문이 되는 '약'이 나올 때는 재미있는 시퀀스가 흐릅니다. 소리 역시 천재적인데, 이건 직접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영화 하나로 클린트 만셀(Clint Mansell)과 크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인과관계를 따질 영화가 아니라 '묵시록'같은 충격과 공포, 실제감을 가져다주는 영화입니다. 그것은 현실을 조금 확대하고 확장한 것에 의해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을 너무나 '주관적 현실성' 있게 체험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중독에 빠진 사회'. 그것이 우리가 이 영화를 통해 체감하는 두려움의 근간입니다. 사실 4명의 등장인물에게 있어서 '꿈'이란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불협화음을 연주하며 무너지기 시작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소외와 단절, 궁극적으로 '애정결핍'과 그에 따른 '탈현실적 욕구'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레퀴엠]은 '끔찍하지만 빠지게 되는', 독특하고 특별한 영화입니다. 영화란 것에 대해서 진지한 관심이 있는 분들께는 모두 추천해드립니다. 적어도 그 보기드문 충격과 파격, 참신함에 있어서는 모든 이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듯 하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도 보면서 '그래 이런게 영화지'라는 생각을 했더랬지요. 이렇게 지독한 현실반영의 영화라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가면 안됩니다. 끝까지 함께하고 똑바로 '봐야' 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일본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떠오르네요. 일본에 [릴리 슈슈], 미국에 [레퀴엠]이랄까요. 한국을 생각하면 딱히 이렇다 싶게 짚이는 것이 없는데, 이것은 그만큼 본질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표면화될 정도로 크게 부상되는 않았다는 것인지는 생각할 여지가 있겠습니다 ('집단적 유행성'같은 문제가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데... 제러드 레토같은 경우는 딱 좋았고, 적절했다는 느낌입니다. 말론 웨이언스같은 경우 이런 영화에서 봐서 놀라기도 했지만, 잘 해냈구요 (평면적, 캐릭터적이기는 했음). 제니퍼 코넬리같은 경우는 뛰어났지만 -기사에도 나와있듯이- 감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연기하는 배우같은데 그게 좀 거슬리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엘렌 버스틴... 마지막에 옆으로 돌아눕는 장면을 빼면, 아마 제가 평생 본 연기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합니다.

아마 영어평을 썼으면 '너무 거슬려서(disturbing) 감동적(moving)이다'라고 말했을 듯 합니다.

평가: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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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3 12:42 2008/01/0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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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ndingroo | 2008/11/19 22:2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레퀴엠 사운드트랙을 듣고 검색하면서 왔는데 영화평이 적절하게 잘 쓰여진거 같아서 제 블로그에 담아갑니다.

    • 노바 | 2008/11/20 01:07 | PERMALINK | EDIT/DEL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당시의 '충격과 공포!'가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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