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소녀 아르주나 - 웰메이드, 웰빙 애니메이션 :: 2008/11/22 06: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르주나'란 원래 인도 경전 속의 영웅 / 신 이라고 합니다. 활을 잘 쏘는데, 친지들과 싸워야만 하는 전장에서 아르주나는 흔들리게 되고, 그의 스승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의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싸워야만 하는 당위성, 그 마음을 가르쳐주고 삶의 이론을 내면적으로 체험하게 하여 존재의 본질을 터득하게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대로 [지구소녀 아르주나]의 스토리가 됩니다.

보통 아르주나를 알게 되는 것은 칸노 요코, 사카모토 마야, 카와모리 쇼지 등의 이름을 통해서입니다. (카와모리 쇼지 감독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차기작이라서 당시엔 더 유명했죠.) 저도 알게 된 것은 아주 옛날인데, 환경과 지구에 관한 것이라는 정도만 기억하네요. 리뷰들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구소녀 아르주나]를 틀고 처음 놀란 것은 엄청난 퀄리티입니다.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로 돈을 좀 벌은 건지... (에반게리온에 가려져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니면 마크로스 시리즈 인세 덕인가?) 흥행성이 상당히 낮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때려박았구나' 하고 절로 느껴지게 됩니다. 스탭진 직함을 보면 알 수 있지만 3D와 디지털의 합성에도 엄청나게 공을 들였고, 무엇보다도 어떤 화면상의 퀄리티보다 연출, 구성, 각본 등을 포함한 작품 전체가 훌륭한, 그야말로 '웰메이드' 작품입니다. 오히려 흥행성이 낮은 만큼 높은 질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생각도 엿보입니다.

내용, 의식, 개념 면에서는 그야말로 찬사가 아깝지 않습니다. 아니 이렇게 정면에서 일직선으로 부딪히는 작품이 있었다니! 13화라면 상당히 짧은 편에 속하는 분량인데도 정치, 경제, 농업, 과학, 사회, 종교, 교육, 문명, 의학, 언어, 임신, 가족, 식품 등등등... 정말 안 짚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인 범위와, 또 가볍지 않은 깊이를 자랑합니다. (덕분에 대중적 요소인 연애이야기는 보면서도 상당히 하찮은 듯한 느낌.) 현실적인 체험, 체감과 비교하면서도 공감에 또 공감을 거듭하게 되더군요. [지구소녀 아르주나]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도 '현실감', 즉 리얼리티에 있는데, 이 작품이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대화하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감을 중시했다고는 해도 캐릭터 디자인은 살짝 아쉽습니다. 무난하고, 작품에 어울린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만 뛰어나다고까지 하기는 어렵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 즉 감독의 철학의 깊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거의 100% 동의하는 바이기 때문에 더욱 더 감명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생각이 다르거나 인지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이 애니메이션이 공감을 이끌어내고 나아가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는 또 하나의 의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하나라는 인식, 그리고 모든 것을 긍정하는 마음가짐이지요. 그리고 콕 찝어서 얘기하지는 않지만,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분별, 즉 선과 악으로 나뉘는 이원론적인 사상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칸노 요코의 음악은 다른 어떤 작품에서보다도 자기주장을 죽이고 작품 전체에 융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어쿠스틱한 점에서 에스카플로네와 가장 비슷하지만, 더 편안하고, 부드러우며 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

카와모리 쇼지는 역시 세세한 부분에 몰입하기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총감독 스타일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결투(?) 씬의 그것은 딱 마크로스 극장판이나 마크로스 제로의 그것과 같더군요. 나름의 미학인지도?^^ 그리고 각본 면으로는 극후반에 크리스와 토키오의 관계에 있어서 약간의 혼선을 불러오는 것 같아 살짝 아쉽습니다. 연출면으로는 의외로 도쿄 붕괴 후의 '8일 후 / 9일 후 / 10일 후'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충격적이랄까... 극도로 단순하면서도 효과는 극대화시키고, 정말 멋졌습니다.

[지구소녀 아르주나].
개념부터 표현까지, 진정한 웰메이드 작품을 보고 싶으시다면 강력하게 추천해드립니다.

p.s.
4화부터는 정발된 디렉터스 에디션으로 보았는데, 스페셜 피쳐나 속지가 없다시피 한 것은 이해하더라도 자막의 부실함은 어쩔 수 없이 안타깝습니다. 가끔씩은 한국말 더빙을 받아적다 실수한 것 같은 모습까지 보이는데... 예를 들어서 6화같은 경우 연달아서 '불임 인자'를 '프리민자(이런 단어 없습니다 -_-)', '종자'를 '정제', '(식품 등의)자급'을 '자금'으로 오역하고... 영상으로 띄워주는 각종 단어들까지 번역하기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지켜야 할 선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가슴 아팠습니다. 결국은 DVD 제작사 측의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니까요.

아무리 DVD가 부실하다고 지적하더라도... 저는 제발 정식발매가 꾸준히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8/11/22 06:09 2008/11/22 06:09
Trackback Address :: http://novaj5.net/tt/trackback/878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트랙백 시스템은 어디에 쓰여져야 하는가 :: 2008/11/20 14:18

에... 결론적으로는 굉장히 짧은 글이지만...
서로서로의 글에 거는 것도 좋지만,
씨네21처럼 각 상품의 리뷰에도 트랙백을 걸게 해 주는 것이 진리 아닐까 싶습니다.
베스트애니메도, 온라인 쇼핑몰들도 자기 사이트 내에 평가란을 따로 설치해두는 것에서 나아가서
각자의 리뷰를 등록시킬 수 있는 트랙백을 제공하는 것이 순리일 듯 하네요.
만물상이나 백화점 형태를 떠나서 앞으로는 잘 엮어진 독립개체들의 세상이 될 것 같은데...
OS도 그렇고 옛날부터 생각했던 건데 왜이렇게 더딘지 모르겠군요!

앞으로는 잘 엮는 것이 관건일 듯?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8/11/20 14:18 2008/11/20 14:18
Trackback Address :: http://novaj5.net/tt/trackback/877
  • 나인테일 | 2008/11/21 20: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블로거뉴스와 이글루 밸리 외부 블로거 참여도 트랙백으로 이루어지지요.
    한국에서 트랙백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분야는 역시 이 쪽인 것 같습니다..;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택배가 왔어요 :: 2008/11/20 13:37

재고 없다던 아르주나도 제대로 들어있고...
애초 예정일이었던 금요일보다도 하루 빠르게 왔네요.
따듯한 집안에서 택배 박스를 여니까
박스 안에 겨울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놀랐습니다.
차가운 공기와 그 냄새까지...!
우와, 좋아요 이 느낌.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8/11/20 13:37 2008/11/20 13:37
Trackback Address :: http://novaj5.net/tt/trackback/876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용서 - 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 :: 2008/11/20 02:3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서'란 참으로 위대한 행위이자 삶에 있어서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사랑이나 자비와도 통하는 것이지요. 용서란 그 대상이 자신이든 남이든, 결국 자신을 살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의 용서는 '한'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가족애가 남다른 한국이라 더더욱, 가족을 사람의 손에 잃은 사람들 - 세 가족 - 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흡인력 강했지만, 전체적으로 보기에는 기대에 비해 떨어지는 짜임새와 깊이, 통찰력이었습니다. SBS한테 깊이를 바라는게 아니었던 건가(...). 솔직히 소재와 사연 자체가 워낙 강렬해서 그렇지, 그거 빼면 정말 부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톨릭쪽에서 후원해줘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인데 솔직히 아쉽습니다.

사운드쪽도 불만이 많은데, 볼륨조절도 제대로 안되어있고, 김혜수는 대체 왜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김혜수 하나 보고 이런 작품 보러 오는 사람이 있나요? -_-;; 김혜수 목소리는 쟁쟁거리고 비음이 섞여서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같은 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그리고 나중에 남자보컬 노래를 삼입한 것도 개인적으로는 깨는 선택 같더군요. 간간이 나오는 아베마리아는 참 좋았는데 무슨 버전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삼형제를 잃은 아버지분 말씀은 솔직히 알아듣기가 힘든데 자막이라도 넣어줬으면 했습니다. 영어 번역에서는 자비(compassion)를 잘못 알아듣고 '열정'(passion)이라고 번역해놓은 곳이 있더군요.

고정원씨와 안재삼씨의 대비되는 두 모습이 가장 깊이 다가옵니다. 유영철과 관계가 없는 나머지 한 가족은 사실 제작측에서 잘못한, 혹은 잘못 처리(?)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의 흐름으로 묶으려면 제대로 묶던가...

영화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목사라도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외국인 피해여성분이 '아니요! 내가 아니라 (죽은) 내 아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라면서 화를 내고 나왔다는 이야기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또 '부모가 죽으면 언덕 위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라고 한 미국 분의 말을 들으며 정말 세계는 하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어쩌면 표현까지도 그렇게 가슴 절절하게, 똑같이 할 수 있을까요.

저는 - 물론 저는 출연자 분들같은 경험은 없습니다 - 기본적으로 모두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고정원씨에게서는 용서 자체도 얼마나 고행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될 수 있는지 보는 것이 인상깊었고... 두 따님분들은 아버지의 아픔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미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 참혹한 기억, 충격이 아버지보다 덜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안재삼씨는 참 개인적으로 가장 연민이 일어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 내에서 가장 울컥한 부분도 경찰차 앞에서 분노를 터뜨리는 안재삼 씨의 모습이었고... 분노는 안재삼씨를 살게 해 주지는 않지만 안재삼씨가 믿는 모든 것을 지탱해준다고나 할까... 그냥 용서라는 말 자체가 고정원씨의 용서와는 굉장히 다른 의미로 다가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용서한다면서 그냥 없었던 일처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 스스로를 - 용납하고 용서할 수 없는, 강박관념이랄까 쫓긴달까... 그래서 남의 의견이 채 나오기도 전에 자기 주장을 굳히느라 급급합니다. 배우들이 아니라 이렇게 함부로 이야기해도 되는건가 싶지만,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미국인들의 '희망의 여행' 단체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렇게 되는 문화도 그렇고...

자연이라면 어떨까 하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응징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유영철 같은 존재 역시 순수한 자연에서 태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역할이나 존재의의, 비인간과의 차별성 등을 간간히 생각해보는데, 항상 '인간은 스스로를 공진화시켜서 세상에 제대로 된 질서를 가져와야 한다'는 결론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다른 '종(種)'과도 교감하고 연결하며 어울릴 수 있으니까요. (다른 종끼리의 조화도 가능하게 하죠.)

제작 자체는 상당히 엉성하였지만, 보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관람태도나 상영전 광고들에 대한 반응들을 보면, 극장에 오신 분들 중 굉장히 많은 수가 평소 극장을 찾지 않으시는 분들 같더군요.

평점: 소재는 A+급, 작품은 B- 혹은 C급. 총합 B+

모든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의 안녕을 빕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8/11/20 02:39 2008/11/20 02:39
Trackback Address :: http://novaj5.net/tt/trackback/875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  1  |  2  |  3  |  4  |  5  |  ...  189  |  NEXT >